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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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노강대협곡(怒江大峡谷) 그 오지의 사람들...

제로01 2022. 5. 31. 14:42

노강의 '노'자는 분노할 노(怒)자 입니다..

그만큼 물살이 거세고 ..

한번 휩쓸리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중국의 소수민족이라 불리는

이 지역 토착민들이죠...

하여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

그 곳에 위치한 한 이름없는 리수족 마을입니다...

 

대협곡을 따라

흙먼지 가득한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

 

강 너머로 20-30호 정도 되는 작은 마을 하나가

시선을 잡아 끕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급한 경사에 ..

이런 마을이 존재 할 수 있을까요 ...

 

결국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대충 근처 다리 부근에 차를 세우고는 ..

도강을 시도 ...

 

하지만 문제는 ...

제대로 된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이런 길은 양반이랄까요 ...

최소 미끄러질 염려는 없으니까요 ...

 

기껏해야 발 폭 두세개가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길은

굵은 마사토와 자갈들이 한가득입니다...

거기다 경사도 절벽쪽으로 기울어 있어

한발한발 내 딛기가 너무도 힘든 길의 연속

 

하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였습니다..

돌다리 조차 없는 이 개울을 넘고부턴

과연 어디가 길인지 헛갈리기 시작하는데....

 

제갈량의 팔괘진에 갖힌다면 이런기분 일까요...

당최 어디가 어딘지 알수 없습니다..

이쯤 왔으면 분명..

마을이 보일법도 하건만..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그렇게 한참을 해매던 중 ..

저 앞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쫓아 가보니

 

풀때기를 잔뜩 실은 말 한마리와

마을 주민이 보이네요...

하지만 .. 이들은 ...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나름 열심히 쫓아간다고 갔지만...

금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하지만 마을 부근에 온건 확실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뜬금없이 묶여있던 ..

바로 이녀석 덕분이죠 ...

 

But ....

마을에 도착하면 뭔가 제대로 된 길이 있을꺼라는건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굵은 흙모래와 작은 돌들 ..

그리고 마사토로 인해 엄청나게 미끄럽고

가파른 길...

마을의 경사는 real 그 자체입니다..

 

그 와중에 슬리퍼 신고 ..

외양간을 고치던 한 마을 주민

바로 앞은 깎아지른 벼랑임에도 ..

아랑곳 하지 않고 뚝딱뚝딱...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아무말 없이 한참을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색한 상황에서...

....

먼저 침묵을 깬건 그였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물한잔 마시고 가요..."

 

엄청난 경사에 나무로 지어진

소박한 집 ..

안으로 들어서니 바닥 틈 사이로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팬트하우스가

바로 그의 집입니다.

 

헌데 ... 세상에 ...

흙 바닥도 아닌 나무바닥에...화로가 있을줄은....

정말 물 한잔 얻어마시며...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들 역시도 제가 신기했나 봅니다..

대체 어떻게 한국인이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냐 ..

이 마을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

외국인은 처음 본다 ..

근데 어떻게 중국말을 하느냐 등등..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식사대접까지....

이들은 주식은 바로 이 옥수수죽인데...

그나마도 하루에 두끼밖에 못먹는 이 귀한 음식을

사발 가득 퍼 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자신...

한입 가득 입으로 우겨 넣기까진 했는데...

삼키질 못하는...

이건 정말...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 그 어떤 음식보다

최악입니다...

차가운 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

이건... 완벽한 무맛...

정말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

옥수수알 특유의 까끌거리는 감촉은 ..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

나름 노력을 해 봤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미기적거리고 있으니 ..

왜 그러냐 묻는 그들에게 ...

" 정말 맛있는데 ... 오늘 속이 좀 안좋네요 ^^"

 

마치 최민수와 정두홍을 섞어 놓은 듯한 비주얼의

이 집의 주인장...

과묵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주는 이 분의 호의는

끝날 줄 모르고 ...

곧 해가 지면 길이 위험하니

오늘밤은 이 곳에서 묵고 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

첨 보는 집에 함부로 신세를 지는건

동방예의지국 .. 한국인으로서 예의가 아니죠...

절대 그 밥이 먹기 싫어서는 아닙니다..

뭐... 그렇다구요...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대협곡의 경치는 발군입니다..

그리고 제가 서있는 곳에서는

바로 앞집의 지붕이 훤히 내려다 보이죠...

여긴 그런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한 ...

 

이젠 서둘러 돌아가는 길...

헌데 ... 왠 산양 무리가 맞은편에서부터

줄지어 걸어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와 곧 마주칠꺼 같네요..

 

이 녀석이 대장인 모양입니다...

얘가 멈추니 뒤에 있던 애들도

그자리에 딱 ... 멈춰서서 움직이질 않습니다..

한동안 저를 빤히 바라보며 살피던 녀석..

만약 이녀석이 저를 공격한다면 ..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냥 당하거나..

아님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

다행히 녀석은 제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뭔가 신호를 주자...

갑자기 부두목 정도 되는 녀석이 나타나..

산 위로 방향을 틀어 일행을 인솔합니다...

 

결국 모든 양들이 올라갈때까지 지켜본 후에야

발걸음을 옮기는 대장녀석...

역시 무리의 리더는..

아무나 되는게 아닙니다..

 

이렇게 노강의 해는 저물어가고..

제가 노강에서 담은 사진도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길...